자취생이었던 시절, 본가에서 엄마가 보내준 김치는 최고의 라면메이트였다. 김치 없이 라면먹기는 너무나도 아쉽지 않은가. 그러나, 집에서 자주 뭘 먹지는 않았기에, 우리 엄마의 소중한 김치는 냉장고에서 몇날 몇일을 잠자고 있어야 했다. 그러던 어느날 라면을 먹을려고 김치통을 열어보니 이런, 김치 위에 이상한 곰팡이 같은것이 있는게 아닌가. 냄새는 또 어떻고 완전 썩은내가 났다. 궁금했다. 김치는 발효식품인데 왜 상하지? 그에 대한 답을 식품공학적 지식을 가미하여 재미있게 풀어보도록 하겠다.
1. 발효식품인 김치(발효식품의 의미)
김치는 발효식품이라고 한다. 세계에는 여러가지 발효식품이 있다. 요거트, 사우워크라프트, 낫또 등등. 발효식품은 몸에 이로운 식품이란 사실까지는 모두가 아는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발효라는게 정확히 무엇이고 김치에는 어떻게 적용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오늘 알고있으면 언제가는 도움이 될 상식 하나 알아가보자.
1.1 발효의 의미
먼저 "발효(醱酵, 영어: fermentation)"라는 것의 생화학적인 뜻을 알아야 한다. 발효란 미생물이 산소없이 유기물(당류)를 분해하여 그 대사산물을 생산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뜻한다. 대사산물은 식품에 주로 이용되는 결과물로 젖산, 알코올, 아세트산이 있다. 부패의 과학적인 의미도 미생물이 유기물(당류)를 분해하여 그 대사산물을 생성하는 과정으로 같지만, 그 결과가 인간에게 이로운지 해로운지에 따라 발효와 부패로 달라지게 된다.
1.2 김치에서 일어나는 발효(선택적 미생물 배양 - 유산균)
김치에서의 발효는 유산균에 의해 일어난다. 김치에서 발견되는 주요 유산균은 류코노스톡 속(genus), 락토바실러스 속, 웨이셀라 속이 있다. 유산균들은 김치의 유기물들을 발효하여 젖산을 만든다. 젖산은 말그대로 산성물질로 김치의 환경을 산성화 시킨다. 산성화된 환경에서는 산성에 내성이 있는 미생물만 자랄 수 있다. 내산성 유산균이 자라기 좋은 환경인 것이다. 일반 부패를 일으키는 미생물들은 산성화된 환경에서 자랄 수 없다. 산성화된 환경에선 생물학적 기능을 하는 단백질이 변성되어 제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김장을 하기 전 배추를 소금에 절인다. 이 과정도 미생물의 선택적 배양을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배추를 염장을 하면 배추 속에 물이 빠져나오게 된다. 이것을 삼투압의 원리라고 한다. 삼투압이란 배추의 세포막 같은 물이 통과할 수 있는 반투막성 막을 사이에 두고 물이 소금의 농도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소금의 농도차이가 생겨 삼투압이 형성되고 농도가 높은 쪽으로 물이 이동하여 양쪽의 농도를 같게 맞추려고 하는 성질을 말한다.
위의 그림을 보자, 염장을 한 초기상태를 나타낸 모식도이다. 왼쪽은 배추 내부, 오른쪽은 배추 외부로 볼 수 있다. 저렇게 막을 사이에 두고 농도차가 있으면 삼투압이 생겨 평형을 이루기 위해 물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한다. 그러면 농도가 맞춰지게 된다. 이렇게 삼투압의 원리로 배추 내부의 물을 제거하게 된다.
물을 제거하면 미생물의 생육은 어렵게 된다. 산성환경, 높은 염도 두가지로 우리는 부패를 이르키는 잡균을 제어하고 유산균만 선택적으로 김치에 키울 수 있다.
2. 김치의 발효 사이클(김치가 상하는 이유)
김치를 담근 후 숙성 초기에는 류코노스톡 속이 우세하게 생육을 시작한다. 류코노스톡 속은 발효산물로 이산화탄소, 유기산, 초산, 에탄올 등을 생성해서 김치를 톡쏘는 시원한 맛 등 김치 고유의 맛으로 발효시킨다. 발효산물인 이산화탄소는 김치환경을 산소가 적거나 없는 조건으로 만들어서 산소가 있어야 생존할 수 있는 잡균(부패세균)의 생육을 억제한다. 참고로, 유산균은 통성혐기성 세균이다. 통성혐기성이란 기본적으로는 산소가 없는 환경을 선호하지만 산소가 있어도 자랄수는 있는 미생물군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숙성 중기에는 류코노스톡 속의 비율이 감소하고 발효산물로 젖산만을 생성하는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의 증식이 왕성해 진다.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은 젖산만을 생성해 김치의 환경을 더 가혹한 산성으로 만들게 된다.
숙성말기에는 락토바실러스 보다는 산에 약한 류코노스톡 속이 거의 없어져 이들이 생성하는 이산화탄소, 만니톨 등이 없어진다. 이는 김치의 깊은 맛이 사라지고 신맛만 남게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조금만 더 지나면 산막효모의 증식으로 김치에서 군덕내(이취)가 나고 배추가 물러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시간이 더 지나면 락토바실러스들이 자신들이 만들어낸 젖산이 너무나도 과도해져서 오히려 자기자신을 살기 어렵게 만든다.(과유불급은 어디에나 적용된다) 유산균들이 죽은 환경에는 이들때문에 억제되어 있던 부패잡균들이 번식을 하게 되고 김치는 결국 상하게 된다.
'먹는것에 대해 > (건강)식품 지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온 초임계 추출법이란?(추출이란 무엇인가, 오메가 3 추출공법, 오메가3 부작용, 제품 추천) (0) | 2022.04.02 |
---|---|
먹던 찌개, 전골류 끓여서 보관해야 하는 과학적인 이유 (0) | 2022.01.29 |
수족냉증의 원인, 개선방법(생활습관, 좋은 건강기능식품과 음식 종류 정리) (0) | 2022.01.26 |
장용성 락토페린이란? 성분, 효능(식약처 인정), 부작용, 복용방법 제품순위 완벽정리 (0) | 2022.01.25 |
홍삼제품 사포닌 함량이 중요하지 않은 이유(지표성분의 진짜 의미) (0) | 2022.01.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