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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것에 대해/식품공학도를 위한 가이드

건강기능식품 회사 연구원이 하는 일, 제품 개발하는 과정 소개(식품회사 연구원이 하는 일)

by JD의 인생살이 2021. 12. 15.

 

 

** 현직 경험과 취준 성공 경험을 담은 식품공학과 취업 전자책을 발간하였습니다. 여러분의 성공적인 취업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식품공학과 취직 가이드 종합편(전자책 출간)

 

식품공학과 취직 가이드 종합편(전자책 출간)

안녕하세요. 저는 식품업계 대기업인 K사에서 제품/원료개발 6년차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JD라고 합니다. 제가 가지고 경험과 노하우를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이 누구일까를 생각해 보았을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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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품공학과 후배들을 위한 여러 글에서 소개한 적 있듯이, 필자는 국내 건강기능식품 회사에서 근무하며 제품 개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필자가 아직 대학생이었을 때를 생각해 보면 실제로 현업에서 제품을 어떻게 개발하는지 막연하게만 알고, 어떤 단계를 거쳐서 제품이 개발되는지 전혀 감이 없었다. 그걸 자세하게 들을 기회가 없었는지 필자가 적극적으로 알려고 하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식품회사 연구원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하여 건강기능식품이 어떤 과정을 통해 개발되는지 적어보도록 하겠다.

 

 

신제품 개발의 7단계

 마케팅부서 관점에서 바라보면 제품 개발은 크게 위의 7 단계로 진행된다. 그중에 제품 개발 연구원인 나는 5번째 단계를 중점적으로 담당하게 된다. 제품 개발 연구원이 관여하는 부분으로만 제품 개발 단계를 나눠서 설명해 보는 것이 이 글을 읽는 분들께 도움이 될 것 같다. 

 

1. 제품 설계

 먼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제품의 컨셉은 무엇인지?, 어떤 효능을 소구 할 것인지, 타깃은 누구인지, 어느 정도 가격대로 시장에 진입할 것인지 등등 제품 개발을 위한 설계도를 그려야 한다. 이 작업은 보통 브랜드 관리부서, 마케팅 부서와 제품 개발 연구원이 협업하여 진행된다. 브랜드, 마케팅 부서에서는 제품의 상품성 검증을 위해 시장조사, 소비자 인식조사 등 사전 검토작업이 선행되며 이를 통해 개발할 제품을 설계하게 된다.

 이때 중요한것이 있다. 소비자들을 위해 좋은 콘셉트대로 제품 개발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사람의 생각대로 다 되진 않는다. 법적 규격 준수, 제형화 불가, 관능(맛) 불량, 포장 불가 등 기술적인 문제로 원하는 콘셉트로 개발이 안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개발 담당 연구원의 중요한 역량 중 하나가 제품 설계 단계에서 이러한 장애요소를 미리 파악해 제품 콘셉트에 반영함으로써 제품 개발에 생길 변수를 최대한으로 줄이는 것이다. 가장 효율적인 것은 제품 콘셉트를 주도적으로 설계하는 마케팅 부서 담당자가 제품 개발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인데, 사실 이 부분은 공부한다고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많은 개발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라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래서 사전에 마케팅 담당자 <-> 제품 개발자 간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협업해야 한다.

 

2. 원료 검토 및 선정

 제품의 설계도(초안)이 완성되었다. 다음 단계는 어떤 원료를 쓸지 검토하는 단계이다. 일단 제품 설계 단계에서 제품의 제형이 나왔을 것이다. 주원료**(기능성을 소구 할 수 있는 원료)의 형태에 따라 제형이 정해졌을 것인데 예를 들어 주원료가 유상(oil phase) 면 연질캡슐, 액상이면 액상, 분말이고 맛이 좋으면 분말/과립 제형, 분말이고 맛이 안 좋으면 태블릿 등으로 정해졌을 것이다. 정해진 제형에 맞게 안정적인 제형화를 위한 원료를 선정한다. 분말/과립 제품이라면 관능이 중요하니, 맛있는 관능을 낼 수 있는 원료들이 선정될 것이다. 타브렛이면 주원료의 분산과 부피감을 주기 위한 원료, 분말의 유동성을 좋게 하는 원료 등이 포함될 것이다. 

 

**건강기능식품에 투입되는 원료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주원료와 부원료. 주원료는 식약처에서 인정한 만큼의 일일섭취량을 설계하여 만들면 "000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와 같이 기능성을 표시하고 건강기능식품으로써의 요건을 갖추게 되는 원료이다. 주원료는 식약처에서 설정한 일일 섭취량만큼을 섭취할 수 있는 양만큼 설계해야 한다. 부원료는 주원료를 안정적으로 제형화 하기 위한 원료이거나 기능성 표시는 못하지만 콘셉트로 제품력을 강화하기 위한 원료 등이 포함된다.

 

 무튼 제형과 제품 컨셉에 맞게 부원료를 선정하고 이 원료들이 안전한지 검사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원료들이 각각 법적인 규격을 지키면서 생산되었는지, 위해성은 없는지 검토에 들어간다. 회사마다 검토를 하는 단계와 수준은 다르겠지만, 적어도 법적인 서류 검토는 할 것이다. 기존부터 쓰던 원료라면 이런 검토 과정은 생략될 수 있다. 

 

 

3. 시제품

 선정된 원료들로 Lab scale 에서 시제품을 만들어 본다. 액상/분말 제품은 관능이 중요하니, 좋은 관능이 나올 때까지 노가다성으로 배합을 바꿔가면서 반복 제조를 하고 관능평가로 최종 배합비가 확정된다. 배합비가 완성되면 제품의 대략적인 제조공정도 만들어야 한다. 분말 흐름성이 좋지 않으면 과립 공정이 추가된다던지 원료 투입순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을 원료의 특성에 맞게 고려하여 설계해야 한다. 또한 제품의 포장 적합성도 봐야 한다. 분말 원료 중 열에 약한 원료가 있다면 포장 시 씰링 단계에서 달라붙어 포장이 어려울 수도 있고, 분말 흐름성이 좋지 않다면 중량 편차가 발생할 수도 있다. 제품 개발 연구원은 이런 것들까지 모두 고려해 시제품을 제조해야 한다.

 약과 비슷한 느낌의 타블렛, 캡슐 제형은 어차피 물이랑 삼키니 맛은 중요하지 않고, 제대로 제형화가 되는지(중량 편차, 붕해 등)을 확인해야 한다. 제형화가 쉬운 원료도 있고 어려운 원료도 있다. 어려운 원료는 그 특성을 개선해 줄 수 있는 다른 부원료를 첨가함으로써 제형화가 가능하게 만들어 보고 실패하면 다시 바꿔서의 단계를 반복해 공장 생산 가능한 제품 제조공정을 만들어 내게 된다.

 

4. 공장 테스트제조

 다음은 시제품 제조 단계에서 만든 제품 배합비, 제조공정이 실제 제품을 생산할 공장에서 성공적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한지를 테스트하는 단계이다. 실험실에서 소규모로 제조한 시제품의 제조환경과 공장은 다르다. 실험실 제조 때와 같은 조건으로 제조해도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서 시제품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제조를 수행할 공장에서 실제 생산할 때와 같은 조건으로 테스트를 해보는 단계가 필수적이다. 

 

5. 공장 테스트 제조 샘플 평가 

 공장에서 테스트 제조한 샘플이 제대로 양산되었다고 끝날 것이 아니다. 이 샘플이 법적인 규격에 적합한지 확인해야 한다. 법적인 규격은 주원료마다 다르고 제형마다 다르다. 크게 나누면 주원료 별 지표성분(기능성을 나타낼 수 있는 원료가 포함하고 있는 대표성분), 미생물, 위해성분, 고형제(태블릿, 캡슐 등)의 붕해로 나눌 수 있다.

 

 지표성분의 경우 일일 섭취량에 맞게 설계하여 넣은 수치가 제조공정 중 소실되지는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원료마다 다르지만 미생물 규격도 적합한지 확인해야 하며, 중금속, 곰팡이독소 등의 위해물질도 적합한 수치 내에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런 물질들은 원료에서 기인할 수도 있고 공정 중에 기인할 수도 있다. 만약 위해요소가 발견된다면 문제의 원인을 찾아 개선해야 한다.

 

6. 품질 안정성 시험/유통기한 설정 시험

 테스트 제조 샘플을 1차적으로 검사했고, 모두 적합으로 나왔다. 그렇다면 실온 보관과 가속 조건(30~40도, 상대습도 75%)에서 제품을 보관하면서 위의 항목들이 보관기간(6개월 정도) 내에 계속 적합한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때 실험한 데이터를 토대로 제품의 유통기한 설정에 활용되며 식약처에서는 유통기한 설정 시험의 매뉴얼을 자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만약 제품의 건강기능식품 유형, 제형, 포장재질, 보존 및 유통온도, 보존료 사용 여부, 살균/멸균 방법, 유처리여부이 모두 동일한 제품이 이미 유통되고 있다면 개발하려는 제품의 유통기한 설정 시험을 생략하고 유통기한 설정사유서에 그 이유를 기재하면 된다.

 

 7. 품목제조신고(건강기능식품)

 제품을 생산할 준비가 다 되었으면 이제 이 제품을 생산하겠다고 해당 지역 식품의약품 안전처에 신고해야 한다. 제출서류는 건강기능식품 품목 제신 고서, 제조방법 설명서, 원료 또는 성분의 명칭과 함량, 기준규격의 검사성적서(테스트 제조 샘플)를 제출하면 되고, 이 업무를 수행하는 주체는 회사마다 다르다. 제품 개발자가 하는 경우도 있고, 다른 부서에서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8. 제품 생산

 제품 개발자로서의 역할은 모두 마무리되고, 개발자는 제품 개요, 원료 및 배합비, 제조공정, 제품 규격 등을 담은 제조 표준서를 작성하고 이를 생산담당부서나 OEM사에 배포한다. 제품 생산에 필요한 투입 원료, 포장재 등은 구매담당부서에서 공급하게 되고 제품 생산하는 날 개발 담당 연구원은 최종적으로 제품이 잘 생산되는지 체크한다. 

 

 제품 개발의 세부적인 단계는 회사마다 다를 것이므로 위의 설명은 큰 틀에서 필수적인 단계만 적어보았다. 건강기능식품이 어떻게 개발되는지 궁금하신 분이나, 식품 전공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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